“왜 어른들 세계에선 성차별하나요?” 히포시 부스 찾은 10대 소년들
지난해 이어 올해 여성마라톤대회에 히포시 부스 설치
포토존에서 기념사진 촬영도… 가족, 연인에 인기 만점
이대훈 태권도 국가대표, 곽윤기 쇼트트랙 국가대표
히포시 홍보대사로 위촉… 남성 참가자들에 서명 독려
히포시 주제가, 댄스 첫 공개 “꼭짓점 댄스처럼 유행 예감”
▲ 13일 서울시와 여성신문 공동주최로 서울 상암동 상암월드컵공원에서 열린 ‘2017 제17회 여성마라톤대회’에 히포시 부스가 설치돼 큰 인기를 끌었다. 남성들이 히포시 서명을 하고 있다. ©연수희 객원기자
“2녀1남을 키워오면서 한 번도 딸과 아들을 차별해본 적이 없다. 집안에선 그런데 사회는 또 다른 것 같다. 여전히 성차별이 남아 있으니 안타깝다. 더 많은 남성들이 히포시(HeForShe) 캠페인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김태억씨)
13일 서울시와 여성신문 공동주최로 서울 상암동 상암월드컵공원에서 열린 ‘2017 제17회 여성마라톤대회’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히포시 부스가 운영돼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아내와 연인, 딸과 함께 마라톤대회에 참여한 남성들은 히포시 부스를 찾아 서명지에 자신의 이름과 이메일을 적고 인증샷을 찍었다. 부스 앞에는 히포시 캠페인 참여방법을 새긴 배너판과 포토존이 마련됐다.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은 히포시 로고가 예쁘게 새겨 있어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연인과 가족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참가자들은 여성신문과 유엔여성이 2015년부터 함께 해온 히포시 캠페인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꿨는지 설명을 듣곤 친구들에게 나눠주겠다며 서명지를 가져가기도 했다.
▲ 히포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대훈(왼쪽)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와 곽윤기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연수희 객원기자
여성신문은 이날 히포시 홍보대사로 이대훈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 곽윤기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를 각각 위촉했다. 두 선수는 이날 대회의 최고 인기 스타였다. 이들은 히포시 부스에서 남성들에게 캠페인의 의미를 설명하고, 서명을 권유했다. 서명을 마친 참가자들의 촬영 요청을 받고 계속 셀카를 찍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히포시 부스에는 10대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히포시 캠페인은 성인뿐 아니라 소년들도 대상이다. 소년들이 함께 파트너로 참여해야 성평등한 미래가 열린다는 의미에서다. 친구들과 함께 히포시 서명을 한 서울 상봉중 1학년 김준영군은 “똑똑한 여자아이들이 많다. 남녀가 능력 차이가 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군은 “교실에선 남녀 차별이 없다. 그런데 어른들의 세계에선 왜 차별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 남성 참가자들이 히포시에 서명한 후 인증샷을 촬영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외국인들도 잇따라 히포시 부스에 찾아와 서명을 하고 인증샷을 찍었다. ©연수희 객원기자
젊은 남성들 가운데선 배우이자 유엔여성 친선대사인 엠마 왓슨의 연설로 히포시 캠페인을 알게 됐다는 이들이 많았다. 전창희(29·회사원)씨는 히포시 서명 후 “우리 세대는 가부장 의식이 덜한 편이다. 남자, 여자는 똑같은 존재 아니냐”며 “엠마 왓슨을 좋아하는데 유튜브에서 히포시 연설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 ‘내가 아니면 누가, 그리고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고 물은 그녀의 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바인그룹에 근무하는 송화백(27)씨가 “성평등은 공기처럼 당연한 일인데 아직 불평등이 남아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하자, 그와 함께 온 같은회사 정지은 부장이 “맞는 말”이라며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동갑내기 아내와 함께 히포시 부스를 찾은 차명환(61·회사원)씨는 “친손녀가 살아갈 미래에는 차별 없고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며 히포시에 서명하고 인증샷을 찍었다.
외국인들도 히포시 부스에 찾아와 서명을 하고 인증샷을 찍었다. 한국에서 회사에 다닌다는 나탈리아 코간(33)씨는 “여성신문이 히포시 부스를 참 깔끔하게 만들었다”며 감탄했다. 코간씨는 “여성 리더들이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한국에는 아직 고루한 가부장 의식이 남아 있다”며 “여자들은 월급도 적고, 승진도 잘 안 된다. 여성신문 히포시 캠페인이 확산돼 한국사회가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히포시 서명을 한 남성 참가자는 400여 명에 이른다.
▲ 대회장에 부스를 차린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에선 히포시 포토존 앞에서 포토 프레임판을 활용해 ‘내가 생각하는 성평등이란’을 주제로 참가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연수희 객원기자
대회장에 부스를 차린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에선 히포시 포토존 앞에서 포토 프레임판을 활용해 ‘내가 생각하는 성평등이란’을 주제로 참가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엄규숙 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양성평등은 여성들만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남성들이 함께 해야 이룰 수 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것이 양성평등”이라며 “여성신문 히포시 캠페인이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대회장에선 오전 10시반부터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히포시송 공연이 펼쳐졌다. 히포시 주제곡에 맞춰 참가자들이 함께 플래시몹 형태의 댄스 공연을 벌였다. 동작이 단순하고 경쾌해 은근히 중독성이 있었다. 10km 마라톤을 마치고 댄스 공연에 참가한 신은채(21·가천대 2학년)씨는 “마라톤을 한 뒤에 히포시 댄스를 추니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신씨와 함께 히포시송 공연에 참가한 남다영(21·가천대 2학년)씨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유행한 꼭짓점 댄스처럼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경쾌한 춤”이라며 “꼭짓점 댄스처럼 유행할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대회장에선 오전 10시반부터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히포시송 공연이 펼쳐졌다. 히포시 주제곡에 맞춰 참가자들이 함께 플래시몹 형태의 댄스 공연을 벌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엠스트레이닝팀 안무자들이 히포시 댄스 공연을 이끌고 있다. 뒤로 히포시 선언을 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의원의 영상이 보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날 처음 히포시 주제곡 ‘히포시송(부제 나는 히포시)’도 공개됐다. 신나고 경쾌한 락사운드에 한글 가사를 입혔다. 1983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에밀레 출신 싱어송라이터 심재경(52)씨가 만들었다. 심씨는 “히포시를 알기 쉽게 우리말로 풀어서 표현했다. 누구나 경쾌하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며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데 우리 모두 동참하자는 의미를 담아 곡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댄스 공연은 영상으로 제작해 히포시 코리아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SNS를 통해 인증샷을 올리고 공유를 많이 한 참가자에겐 경동나비엔 온수매트, 노스페이스 배낭, 연극 라이어 티켓, 셀트리온스킨큐어 선크림 등의 경품을 증정한다.
히포시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히포시 코리아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wnheforshekr)에 직접 찍은 히포시 캠페인 인증 사진을 올리고 #HeForShe를 태그하면 된다. 여성신문 홈페이지(www.womennews.co.kr)에서 ‘히포시’ 캠페인 배너를 누르면 참여 방법을 쉽게 알 수 있다.
2017/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