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시 뉴스

여성신문과 유엔여성이 함께하는 히포시 캠페인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고, 창의적으로 해결해야”

201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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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아 엠리치 캐탈리스트 경력개발연구센터 부회장

위기에 대비한 경영 전략 필요한 시기

성평등·다양성이 경쟁력 있는 기업 만들어

 

▲ 23일 열린 제1회 아태 W 위기경영포럼 ‘위기를 경영하라’의 초청 연사인 신시아 엠리치 부회장은 “남성의 참여가 다양성·성평등 실현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20년간 여성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분투하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 왔다. 하지만 불균형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남성들이 나서야 바뀐다.”

23일 열린 제1회 아태 W 위기경영포럼 ‘위기를 경영하라’의 초청 연사인 신시아 엠리치 박사는 “남성의 참여(engaging men)가 다양성·성평등 실현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엠리치 박사는 조직 내 성평등 확산을 통한 조직 경쟁력 강화 방안을 연구하는 세계적 비영리단체 ‘캐탈리스트(Catalyst)’를 대표해 이번 포럼에 참석했다. 그가 이끄는 ‘경력개발 연구센터’(Catalyst Research Center for Career Pathways)는 여성 등 사회적 약자 집단이 조직 활동에 어떤 제약을 받는지,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양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그는 미국 라이스 대에서 조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여성리더십, 조직문화·변화와 조직적 역량 개발 등에 대해 퍼듀대, 윌리엄앤메리대 등 여러 대학과 조직에서 강연·연구했다.

-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불확실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예기치 못한 위기에 대비하는 경영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그렇다. 예기치 못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기존의 해법들은 상당수가 효력을 잃었다. 문제를 다각도에서 바라보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이 필요한 시대다.”

- ‘위기의 시대’에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성평등’을 제시했다. 왜 성평등인가.

“젠더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인종·성적 지향 등 다양성(diversity)을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덕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척 중요한 경영 전략이다. 예를 들어 기존 서구 선진국 조직은 대개 고등교육을 받은 백인 남성으로만 채워져 있다. 이렇게 비슷한 배경과 사고방식을 지닌 이들끼리 일하면 문제를 보는 다양한 관점을 얻기 어렵다. 여성·흑인·성 소수자 등 다양한 이들이 머리를 맞댈 때 더 통찰력 있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 실제로 여성 경영인들은 남성 주도적 경영 풍토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했다.

“여성은 좋은 지도자의 자질을 갖췄다. 2009년 캐탈리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 선정 500대 기업들 중에서 여성 고위관리자를 3명 이상 둔 기업들이 경쟁사를 제치고 높은 성과를 보였다.

문제는 여성에게 고위직을 차지할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조직 내 성비만 봐도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S&P 500 기업 CEO 중 여성 비율은 5%에도 못 미친다. 남녀가 동등한 조건에서 근무하는 시대라지만, 여성은 임금과 승진 면에서 여전히 불평등을 겪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나 의사결정 포지션은 대부분 백인 남성의 몫이다. 여성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자원(underrated resource)이다.”

- 여성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유럽 주요 선진국은 복지개혁의 하나로 여성·보육 관련 예산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성과 젊은 세대는 미래의 동력이다. 이들에 대한 투자 감소는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최근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PWC(PricewaterhouseCoopers)의 글로벌 CEO 조사 결과, ‘인재 부족’ 문제로 밤잠을 설치는 CEO들이 많다고 한다. 여성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이들에게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하나의 해결책이다. 그런데 최근 여러 국가에서는 오히려 여성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원과 투자를 줄이고 있다. 다수의 여성 역량 개발 사업, 교육·보육 서비스가 축소되거나 아예 폐지됐다. 여성과 아기들의 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는데 말이다. 여성과 비즈니스 문제를 연구해 온 전문가로서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현실이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남성의 참여가 필요하다. 남성들이 성차별과 편견을 타파하는 데 중요한 파트너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것이다.”

- 성평등 실현에 남성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남성도 여성 못지않은 성 불평등의 피해자다.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은 남성의 몫을 빼앗는 역차별이 아니냐’는 주장은 틀렸다. 심각한 불균형을 바로잡는 과정일 뿐이다. 실제로 2009년 캐탈리스트 조사 결과, 조직 내 성 불평등을 실감하는 남성이 많을수록 이를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남성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 캐탈리스트(Catalyst)는 여성인력 활용으로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고자 1962년 설립된 세계적 비영리단체다.   ©캐탈리스트

 

-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다.

“그렇다. 특히 보육 문제는 나라가 나서야 한다. 육아 문제로 퇴직 압박을 받는 여성들, 안전하지 못한 보육 환경에 맡겨 둔 아이 걱정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죄인처럼 여기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나. 여성들에게 이런 노동을 강요할 수 없다. 출산휴가·육아휴직보다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제도가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질 좋고 저렴한 보육·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 남성들도 육아 문제를 분담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북유럽이 좋은 사례다. 휴직의 부담을 덜어주고, 돌아와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

- 여성 리더쉽 분야를 연구하게 된 계기와 전망은.

“늘 열정을 쏟아 온 분야다. 미국 라이스 대 조직심리학 박사과정 이수 당시 지도교수의 영향도 컸다. 기업 조직은 물론 정치·사회 운동 등 여러 분야를 두루 연구하며 남녀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여성 문제는 빠르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조직 내 성평등과 다양성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기를 소망한다. 조직이 성별과 인종을 따지지 않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미래, 유엔여성의 ‘히포시(HeForShe)’ 캠페인 등이 필요 없어지는 미래 말이다.”

 

<캐탈리스트 어워드(Catalyst Awards)>
엠리치 박사가 몸담은 캐탈리스트(Catalyst)는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조직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자 1962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매년 미국, 유럽, 인도 등 35개국 800여개 회원 단체를 대상으로 여성 인력 활용에 관한 연구·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013년 호주, 지난해 일본으로도 영향력을 넓혔다.
캐탈리스트는 1987년부터 매년 조직 내 성평등·다양성 증진에 힘쓴 단체를 선정해 ‘캐탈리스트 어워드(Catalyst Awards)’를 시상하고 있다. 캐탈리스트 자체 조사와 접수를 통해 후보 명단이 확정되면, 1년간 엄격한 서류 심사와 현장 점검을 거쳐 1~3개 단체를 선정해 시상한다. 심사 항목에는 채용·승진·인사 절차, 조직 문화, 조직 구성원 내 다양한 젠더·인종·성적 지향 등 공존 여부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해당 단체의 노력으로 여성을 포함한 여러 소수자 구성원의 권익이 실질적으로 향상됐는지를 까다롭게 측정한다. 2015년 9월 현재까지 세계 각국 78개 단체의 84개 이니셔티브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다음 시상식은 내년 3월 16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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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아 기자 (saltnpepa@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