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시 뉴스

여성신문과 유엔여성이 함께하는 히포시 캠페인

성평등 국가는 시대정신이다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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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국가 건설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

성평등 사회는 일종의 공공재(public goods)

성평등 국가 건설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 참여해야 빨리 결실 이뤄낼 수 있어

 

 

▲ 2014년 2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현관 계단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단체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여성신문

 

어떤 시대든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있다. 이 용어는 철학적으로 “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정치적·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을 의미한다. 반면,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당대 가장 긴박한 현안을 풀려는 문제의식과 고민이 담겨 있는 열린 성격의 것이다”라고 규정했다.

여기에는 국민이 절실히 원하고 있지만 한 번도 이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이 숨겨져 있다. 절대빈곤 시대에서는 성장, 군부독재 시대에는 민주주의 달성이 시대정신이다. 그렇다면 50년의 짧은 역사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현 시점의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하나는 70년 분단 시대에 종지부를 찍는 통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성평등 국가 건설이다.

성평등 국가 건설은 통일 못지않게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다. 우리 사회가 성평등 국가가 돼야 할 이유는 많다. 첫째,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세계여성경제포럼(WWEF) 2015’에 보낸 개막 축사를 통해 “빈부격차와 계층 간 세대갈등, 환경문제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선 여성 특유의 포용력과 섬세함, 청렴과 협력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더 나아가 “여성의 DNA가 그 나라의 국가 경쟁력과 미래가 좌우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둘째, 정치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 여성이 주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면 소모적인 갈등은 줄어들고, 부패는 사라지며, 생산성은 높아지고 도덕성이 살아 숨 쉬게 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깨끗하고 정치의 질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여성 의원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셋째, 평화·인권·인류 발전의 보루가 된다. 젠더 차이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고 반인권적이며 결국 평화를 깨는 악마의 무기이다. 시간이 지나면 성평등 국가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성평등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해 있는 성평등에 대한 착각과 편견을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다. 먼저 한국 사회에서 성평등은 벌써 다 이뤄졌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5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물질적 삶은 나아졌지만 삶의 질은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국 근로자의 남녀 소득 격차가 20%를 넘어 에스토니아, 일본, 이스라엘과 함께 OECD에서 남녀 소득 격차가 큰 나라로 꼽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이 여성이고, 공무원 시험에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합격한다고 성평등 사회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면 잘못된 것이다.

성평등 국가 건설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는 편견도 버려야 한다. 성평등 사회는 일종의 공공재(public goods)이다. 성평등 국가가 이뤄져서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똑같이 혜택을 볼 수 있다. 가령, 일과 가정의 양립이 이뤄진다면 한 개인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성평등 국가 건설은 여성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도 잘못이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참여해야 빨리 결실을 이뤄 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평등 연대운동인 ‘히포시(HeForShe) 캠페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진보’라는 유엔의 슬로건이 있다.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빌 리처드슨 전 유엔 미국 대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여성이어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 이유로 “첫째, 여성 사무총장 선출은 전 세계 성차별 문제를 부각시켜 해결할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며, 둘째 여성을 위한 강한 대표성은 평화를 위한 긍정적 힘으로 작용해 국제 안보와 인류 개발이 증진될 것이며, 셋째 여성 사무총장은 남성이 장악한 분야에서 여성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줘 세상의 절반(여성)을 위한 큰 영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국회에서도 여성의 대표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되어 실직적인 성평등 국회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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