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시코리아 포럼 발족 “지금 필요한 것은 남성들의 진정한 변화”
29일 국회서 여성문화네트워크 주최,
여성신문 히포시캠페인 운동본부 주관
‘히포시코리아 포럼’ 발족식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히포시코리아 포럼 발족식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나는 히포시’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치의 본산인 국회에서 히포시(HeForShe) 운동이 본격화됐다.
29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문화네트워크 주최, 여성신문 히포시캠페인 운동본부 주관으로 ‘히포시코리아 포럼’ 발족식이 열렸다.
이날 포럼은 여성신문이 유엔여성(UNWomen)과 함께 진행해온 히포시 캠페인 3년차를 맞아 여야 국회의원들과 기업인, 대학교수, 문화예술인, 지역 오피니언리더 등에게 히포시 운동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은 여성가족부 ‘2017 양성평등·여성사회참여 확대 공모사업’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여성가족부와 여성신문, 박광온 의원실이 후원했다.
포럼은 히포시 선언과 포토존 기념촬영에 이어 히포시의 역사, ‘나는 히포시’ 선언, 히포시 가이드, 네트워킹 순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김혜숙 유한킴벌리 상무가 맡았다.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은 “여성운동 초창기는 여성들의 사회적 발언이 주류였다면 지금은 파트너십의 시대, 곧 여성운동 3.0시대”라며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남성들의 진정한 변화다. 남성들이 내면부터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발행인이 “오늘 히포시 배지를 단 여러분이 바로 한국의 ‘대표히포시’”라며 “사실 남성들이 양성평등의식을 가지면 행복해진다. 하늘은 여성을 돕는 자를 돕는다”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 윤소하(오른쪽) 정의당 의원이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히포시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공동주최자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은 “양성평등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든다. 여성과 어머니가 존경받고 사랑받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실현하고 싶은 사회”라며 “나의 어머니, 나의 딸, 나의 아내를 세상이 나만큼 존경하고 예우하고 사랑해주길 바라는 게 우리의 마음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여성을 외교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중요한 출발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들 부처 장관으로 여성을 발탁한 적이 없었다”며 “우리가 힘을 모아주면 여성이 새 정부에서 더욱 중요한 일을 할 것이다. 사실 사법고시나 언론고시에서 여성 합격자가 남성을 초월하고 있다. 그만큼 토양은 점점 튼튼해지고 건강해지고 있으니 10∼20년 지나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여야 국회의원들이 ‘나는 히포시’ 선언에 나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히포시는 이론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했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히포시 정신을 입법으로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히포시코리아 포럼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강남식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동일노동, 동일가치임금이 중요하다”며 “양성평등의 실질적인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라며 “히포시 파이팅”을 외쳤다. 여성 의원들의 독려도 이어졌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양성평등을 위한 법제도 조성은 상대적으로 쉽다”며 “히포시 확산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은 의식과 생활문화를 바꾸는 일”이라며 “오늘 히포시코리아 포럼에 참석한 남성 의원들은 의식이 멋진 분들”이라고 응원했다.
이날 포럼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송영길(러시아 특사), 박병석·노웅래·이철희·금태섭·심기준·김병욱·위성곤·서영교·권미혁, 국민의당에서 오세정·최경환·김경진·손금주·신용현·김삼화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참석했다.
이어 강남식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가 ‘히포시 액션 가이드 10’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오늘 포럼에 온 리더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하나씩 채워달라”며 “21세기인 지금, 우리 모두가 히포시 선언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가 제시한 10가지 액션 가이드는 아래와 같다.
?내가 존중받고 인정받는 방식과 크기로 여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라 ?모든 기회는 동등하게 준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준수하고 저임금과 무보수 돌봄노동에 대해 공정임금으로 대우한다 ?평화와 상생을 위한 노력은 여성으로 상징되는 약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함을 인식하고, 가정과 직장 내 어떠한 갈등상황에서도 신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 행사를 단호히 거부하고 반대한다 ?지금은 21세기, 모두가 히포시의 선언자가 된다 ?직장 내 여성은 단지 성별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성적(돌봄) 서비스를 하거나 업무 보조자가 아니라 그냥 동료로만 존중하며 대우한다 ?여성과 남성의 다른 기준이나 잣대는 필요하지 않다. 역지사지로 생각한다 ?동등한 기회 뿐만 아니라 30%가 될 때까지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주 3일 칼퇴근제 적용하고, 업무 평가에 반영한다 ?취학전 아동의 부모는 10 to 4 출퇴근제 적용하고, 주 52시간 노동시간 준수한다 ?성별·인종·민족·성정체성·연령 등 개인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강 교수는 “2015년 당시 아이슬란드 남성 20명 중 1명이 히포시 캠페인에 참여했다는 통계가 있다”며 “우리가 히포시 운동에 나설 때 한국사회의 성평등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히포시 스피릿’을 만든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당 혁신위원장), 노연상 경동원 대표이사, 조용경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나와 ‘히포시 스피릿’을 만든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노 대표는 “살아오면서 제 인생에 어머니와 아내가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며 “아내는 제가 결혼할 때와 지금 바뀌었다고 말하는데 그건 아내의 강한 훈련 덕분 아니겠느냐”고 말해 참석자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조 전 대표는 “새벽에 만난 남자들이 몇시간동안 머리를 싸맨 끝에 ‘히포시 스피릿’을 만들었다”며 “지난 4∼5년 동안 주례를 50여 차례 섰다. 결혼식 전에 늘 예비부부를 불러 ‘진정한 사랑은 배우자가 하고 싶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하기 싫어하는 일은 함께 나누거나 대신 해주는 것’이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김태일 교수는 “고향이 전통문화가 남아 있는 경북 안동”이라며 “대학에서 새로운 사상을 만나 머리 위로는 히포시의 세계가 들어섰는데 가슴은 그렇지 못했다. 히포시가 된다는 것은 제 경험상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열심히 노력하고 싸워 머리와 가슴을 일치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이뤄지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이강만 한화그룹 전무, 이인선 전 경북도 부지사,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원장, 신혜원 국제존타클럽 한국지구 총재, 허미숙 전 CBS 본부장, 장병인 하우스컨설팅 대표, 류제웅 YTN 기획조정실장과 김재련 변호사 부부, 성기영 아나운서, 박정란 경기미래젠더포럼 공동대표, 최인혜 경기미래젠더포럼 부대표, 최윤희 한국여성스포츠회장,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씨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 히포시코리아 포럼 발족식 참석자들이 포럼을 마친 후 한 자리에 모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7/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