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시 뉴스

여성신문과 유엔여성이 함께하는 히포시 캠페인

김영란·김명자·지은희… 여성 리더 7인의 축하 메시지

201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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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이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김금래, 윤미향, 최금숙, 김금옥

“성평등 씨앗 뿌린 여성신문은

우리 여성운동의 귀한 동반자” ?

한국의 대표적 여성 리더 7인에게 물었다. 여성신문은 여성운동 지형에서 어떤 가치가 있느냐고. 이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여성운동은 여성신문을 통해 대중성을 얻었고, 우리 사회에 성평등이란 씨앗을 뿌리는 데 누구도 부인 못할 역할을 했다.” 7인의 축하 메시지를 모았다(본보는 1988년 12월 2일 창간됐으며, 창간준비호를 낸 10월 28일을 기념해 이날 창간 특집호를 발행한다).

 

김영란 전 대법관 “획일주의, 권위주의 깨달라”

“여성신문이 우리 사회의 획일주의와 집단주의, 권위주의를 깨고 다양성, 이질성, 개별성을 존중하는데 더욱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근본을 바꾸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안한 김영란 전 대법관은 “여성신문이 스물여덟살이 되기까지 28년간 해온 노력을 치하한다”며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넸다.

2004년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대법관으로 발탁된 그는 국민권익위원장(2011~2012년) 시절 ‘청탁금지법’을 최초로 제안했다. 현재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있는 김 전 대법관은 “보통 20대 중반까지 청년으로 보니, 스물여덟살은 청년을 벗어나 원숙한 나이로 넘어가는 시기”라며 “여성신문의 앞날에 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여성신문 제호에 ‘여성’이 붙어 있지만 여성만의 신문은 아니잖아요? 여성들끼리만 모여서 서로 격려해준다는 이미지는 불식시켜야죠. 여성신문이 지금까지 잘해왔듯 우리 사회 전체의 다양성, 개별성을 존중하고 가부장주의와 권위주의를 깨는데 기여해야 합니다. 양성평등이 바로 여성신문이 설 자리죠. 여성들끼리 모여서 거둔 성과를 우리 사회에 어떻게 투자하고, 투입시킬 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김 전 대법관은 “이제 여성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수세계의 목소리로 번역해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수집단의 목소리를 보호하면서 소수집단의 일부가 다수집단의 일부와 어울려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집단에서 “새로운 목소리”라는 인식을 갖고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소수집단의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긴요한 인권 문제가 여럿 있지만 그 뿌리는 획일주의와 집단주의, 권위주의에서 비롯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문제되는 모든 지점에 있는 획일주의, 집단주의, 권위주의를 깨는데 여성신문이 더욱 앞장서주길 당부드립니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회장 “여성신문 참 기특해요”

“올해 창간 28주년이라니 꽃다운 나이네요. 인생에서는 철없던 때였다 싶기도 해요. 여성신문을 생각하면 28년을 살아남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기특한 생각이 들어요. 요즘은 언론에 대한 기대치가 마냥 내리막이라 역설적으로 정론의 의미와 가치가 더욱 절실합니다. 여성신문이 앞장서 주세요.”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회장의 축하 메시지에선 여성신문에 대한 절절한 애정이 느껴졌다. 환경부 장관을 지낸 그는 500만 과학기술인을 대변할 과총 회장에 여성으로는 최초로 당선돼 과학계의 ‘우먼파워’를 보여줬다.

김 차기회장은 “여성 이슈의 고질적 한계가 있다. 정책 결정을 하는 중요한 자리에 지나치게 과소 대표돼 있고, 분야별로 치우쳐 남성영역 진출이 낮다”며 “이런 현상은 여성 개인이 극복하기에는 고질적이고 관행화돼 있다. 인력 활용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후배들에겐 힘들더라도 아직은 슈퍼우먼으로 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열정과 순수를 갖고 언제 어디서나 꼭 필요한 인물로 인정받는다면 원하는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시쳇말로 출세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일이든 즐기면서 보람을 느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은 전통사회에서 가정 ‘살림’을 맡는 존재였어요. 살림은 ‘살리다’의 명사형이고, ‘살리다’는 ‘죽이다’의 반대말이죠. 제가 환경부에서 일할때 이제 여성들이 가정 살림에서 나아가 환경을 살리는 데 앞장서 달라고 말씀드린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엄청난 물질적 풍요와 편익을 누리고 있지만, 세상살이는 각박하고 비인간화되고 있습니다. 끔찍한 일이 일상화되는 세상은 어느 누구도 원치 않아요.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마음이 훈훈한 세상 만들기에 여성들이 앞장서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김 차기회장은 “그런 사회운동에 여성신문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라며 “그렇게 되려면 우선 여성언론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격려부터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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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희 전 덕성여대 총장 “‘히포시 캠페인’ 성평등에 기여”

“여성신문이 유엔여성과 함께 펼쳐온 ‘히포시 캠페인’은 우리 사회의 진보에 큰 동력이 될 것입니다.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 성평등)에 대한 확신을 가진 시민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중요한 정책 결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여성신문이 성평등 사회를 앞당기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주길 기대합니다.”

지은희 전 덕성여대 총장은 “히포시 캠페인은 이 선언에 참여한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겪는 다양한 고충을 인식하는 시민을 늘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지난 28년간 여성신문이 어려운 시대에 애를 많이 썼다. 성평등 관련 기사에 악플들이 달리고, 기자들은 신상도 털렸다던데 노고가 많았다”고 격려했다. 이어 “여성운동의 일환으로 창간된 여성신문은 성평등 법제도 정비의 주요 파트너로 큰 역할을 해왔다. 여성운동의 소중한 동반자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 전 총장은 “여성신문은 여성운동이 앞으로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스물여덟살이면 그동안 일해온 능력도, 경력도 어느정도 쌓인 시기 아니겠느냐. 거기에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안목도 있는 나이”라며 “이런 역량을 살려 젠더이퀄리티를 실현하는 사회를 향해 함께 노력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금래 전 여성가족부 장관 “여성신문은 여성운동의 든든한 ‘빽’”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던 시대에 여성의 관점으로 여성인권을 조명하고, 이슈화시키고, 여성발전을 견인해온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김금래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축하 메시지를 들려달라는 말에 “여성산문은 여성운동의 든든한 ‘빽’이었다”며 웃었다.

“비례 국회의원 50% 할당을 주장할 때 남자들은 ‘염치 없다’ ‘뻔뻔하다’고 했어요. 정치 발전에 기여한 것도 없이 50%를 날로 먹으려고 한다고들 했어요. 그때는 여성운동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으니 할만 했어요. 요즘은 여성운동 초창기 때와 달리 노골적인 차별이 많이 개선돼선지 여성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아요. 여성운동이 경시되는 듯한 분위기에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는 언론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죠.”

김 전 장관은 “두터운 ‘유리천장’이 여전하고 일·가정 양립 문제 등 여성들이 겪는 고충은 여전하다”며 “여성을 불편하게 하고 여성을 소외시키는 가부장 문화가 그대로다. 여성언론의 역할도 2016년 현재 여전히 남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위안부 운동사에서 큰 역할 했죠”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의 목소리는 또 다시 쉬어 있었다.

일본군‘위안부’ 운동의 산증인인 그는 “여성신문은 일본군‘위안부’ 운동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꾸준히 보도해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언론 환경이 다들 어렵지 않나. 메이저 신문도 어려운데 여성주의 매체가 유지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여성신문이 지난 28년간 매호 결호 없이 발행될 수 있었던 것은 구성원들의 강한 의지와 헌신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위안부 운동은 엄밀하게 말하면 여성의 문제만이 아니죠.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당하는 현실을 보면 위안부 문제 해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게 됩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이자 우리가 얼마나 평화지향적 사회인지 판가름하는 척도입니다.”

윤 대표는 “여성신문이 앞으로 여성 약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데 더욱 힘써달라”고 말했다. 여성노동자, 여성농민 등 민중 여성이 우리 사회를 향해 던지는 발언을 기사화하는데 더욱 애써달라는 당부다.

그는 “여성언론은 지금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하다”며 “기성언론이 여성들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다룬다 해도 주류의 목소리는 되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신문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할머니 문제가 해결되면 수요시위를 하지 않아도 되고, 정대협도 해산할 수 있다”며 “그때까지는 위안부 운동은 끈기 있게 이어가야 한다. 여성신문도 위안부 할머니들과 끝까지 함께 해 달라”고 강조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후원자들이 뜻 모아 구독해야”

“여성신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욱 힘을 모아 여성신문을 구독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에게 창간 28주년 축하 메시지를 부탁했더니 “더 많은 후원자들이 뜻을 모아 여성신문을 구독해야 한다”며 여성신문 기자가 말할 법한 답안을 내놨다.

“여성신문이 스물여덟살을 맞았다니 축하드립니다. 장성한 모습으로 언론계에 우뚝 선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네요. 여성신문이 창간한 후 성장해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로선 감개무량합니다. 한국이 세계 수준의 양성평등 기준에 맞춰서 가는 길에 여성신문이 길잡이로, 때로는 격려하고 투쟁하면서 여론을 형성한 역할이 돋보입니다. 여성들과 함께 울고 웃은 28년의 공로를 높이 평가합니다.”

최 회장은 “한국 여성들이 세계로 뻗어나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성신문이 더욱 글로벌화돼야 한다. 여성신문도 여성들이 아프리카, 아시아로 나아가서 활동하는 모습을 지금보다 더 많이 취재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여성신문 구독자의 절반이 남성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신문 지면과 홈페이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도 남성들과 함께 하는 양성평등을 많이 담아야 한다”며 “기사 내용의 30%가량 남녀가 함께 하는 모습을 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사회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성들이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 국제사회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여성신문이 더욱 애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젠더 권력구조 바꾸는 여성운동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내년이 서른살을 맞는데 여성신문은 우리보다 한 살이 어리네요. 우리 사회의 성차별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개선하는데 온힘을 쏟아온 여성신문의 생일을 축하드려요.”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여성신문이 올들어 넷페미니스트들의 운동을 다각적으로 다루고, 페미니즘의 달라진 지형을 온오프라인상에서 발빠르게 기사화하고 있는 점이 돋보이더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제는 시민들의 참여나 법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성차별을 만드는 젠더 권력구조를 바꿀 수 있는 본질적인 운동이 필요한 때”라며 “성차별은 부차적 문제가 아니라 모든 차별을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의 핵심 고리다. 그래서 유엔도 ‘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진보’를 슬로건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신문은 여성운동의 동반자로 함께 여성들과 함께 성장해온 여성신문은 그동안 여성폭력 문제에 집중했는데 앞으로 여성노동, 평화와 통일 문제를 더욱 많이 다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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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자 기자 (muse@womennews.co.kr)